• 최종편집 2023-08-07(월)
 

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나는 구구단을 잘 못한다.


초등학교 3학년 때 였던 것 같다. 구구단을 배웠는데 4단 이상 올라가니, 외우는게 너무 어려웠다. 누구는 5단이 가장 쉽다는데 도무지 5단부터 외워지지가 않았다. 그래서 '나머지 공부'를 매일 같이 울면서 했다.


나는 왜 구구단이 안 외워졌을까? 원리를 이해하지 못한 탓도 있지만, 나는 기억력도 주의력도 떨어지는 사람이라는 것을 나중에 알게 되었다.


가만히 생각해보면, 초등학교를 들어가면서 부터 이미 나는 공부하는 것을 어려워했다. 받아쓰기도 어려웠고, 필기는 늘 칠판을 보고 억지로 쓰다보니 노트의 줄을 넘어 하늘 높이 승천하는 일들이 많았다. 그때부터 하늘을 사모했나..


나는 공부가 그렇게나 싫었고, 어느 순간부터 부모님도 공부하라는 말씀을 하지 않으셨다. 내 기억 속에 부모님은 공부하라는 말을 강요 안하신 분으로 알고 있었는데, 요즘 다시 생각해보니 공부하라는 말을 하다가 안 된다는 것을 아셔서 멈추신 것 같다. 분명 공부를 권장하셨던 때가 있었기 때문이다.


글을 쓰며 생각난건데, 아주 어릴 적 아버지께 공부하다 혼난 기억이 있다. 도무지 안 되서 머리를 벅벅 긁었던 기억이 있다.


나는 지금도 사실 구구단을 잘 못 한다. 누가 갑자기 중간부터 물어보면 곤욕이고, '삼육구 게임'이 전국민의 게임이 되었던 2,000년대 초반은 나에겐 공포의 시간이었다.


아이 둘을 키우는데 둘 다 주의력이 부족하다. 조금 전 이야기 한 것도 기억을 못하고 머리를 벅벅 긁는다. 어린이 집에서는 무언가를 배울 때마다 울고 짜증을 내고, 학습을 거부한다고 한다.


내가 어린 시절 기대했던 어른의 모습으로 아이 앞에 서야 한다. 나는 나의 두 아이의 모습 속에 어린 시절 나를 마주한다.


두 아들이, 나다. 내가 내 눈 앞에 서있다.


나는 두 아들을 사랑함으로서, 나를 사랑해야 한다. 나도 어른이 되었다면, 우리 아이들도 그런 날이 반드시 온다. 나보다 더 멋진 어른으로 자라날 나의 아들을 믿음으로 바라본다.

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수원 우리가꿈꾸는교회 김병완 목사, '사랑함으로서, 나를 사랑해야 한다.'
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